건강한 삶 / / 2024. 2. 29. 11:30

입덧보다 더한 고통 임신 소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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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증상 없이 임신 기간 10개월을 평온하게 보내는 임산부가 있는가 하면, 입덧으로 짧게는 두 달, 길게는 출산 직전까지 임신한 기쁨도 잠시, 고통 속에 보내기도 한다. 내 경우 심한 입덧 3개월 + 임신 소양증 1개월을 겪었는데, 입덧은 평소에도 잘 알고 있던 터라 그런가 보다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임신 소양증이 찾아와 너무나도 힘든 시간을 보냈다. 임신 소양증의 증상과 원인, 완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임신 소양증이 나타난 건 첫째를 임신한지 약 5개월쯤이었다. 임신 후 한 달 만에 입덧이 시작되었고, 그 입덧이 가라앉을 즈음에 임신 소양증이 찾아온 것이다. 처음에는 팔다리가 조금씩 가렵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아토피성 증상인 줄 알았다. 그러다가 조금 더 심해지자, 음식을 잘 못 먹어서 올라온 두드러기라고 생각했다. 임신 중이었기 때문에 아무 연고나 바를 수가 없어서 심해지면 병원을 가야지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 나는 여전히 회사에 출근 중이었는데, 두드러기가 아닐까 생각한 다음날 급격히 피부 발진이 심해져, 출근 후 30분 만에 팀장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바로 조퇴를 했다. 조퇴를 하면서 들른 분당 차병원 피부과에서는 내가 처음 듣는 병명을 말씀하셨다. 바로 임신 소양증이었다. 

임신 5개월쯤 나타난 임신 소양증으로 팔과 다리 허벅지 끝까지 피부가 뒤집어졌다.

임신소양증이란, 임신 과정에서 급격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면역시스템이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이상 증상 중 하나이다. 피무 표면이 오돌토돌한 두드러기가 올라오고 극심한 가려움이 동반된다. 

그 가려움을 굳이 표현하자면, 모기 천 마리가 각각 내 팔 다리 한 짝씩 붙어있는 느낌이랄까? 밤부터 새벽까지 잠도 못 이루다, 가려움이 폭발할 때는 벌떡 일어나 엉엉 울었다. 남편은 때리지도 긁지도 못하는 내 팔과 다리를 조심스럽게 두드리며 같이 울었을 정도다. 그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다. 

처방은 가려움을 가라앉혀주는 순한 약 한 알(항히스타민제)이 전부였다. 그리고 집에서 틈날 때 마다 거즈에 차가운 식염수를 적셔 가려운 부위에 올리거나, 알로에 수딩젤을 수시로 발라주는 것이 다였다. 최대한 시원하게 해 주라는 것. 

 

그렇게 사라질 것 같지 않은 피부는 한 달 쯤 지나자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마냥 축복일 수밖에 없을 것 같았던 첫 임신은 입덧으로 인한 구토 증세로 3개월, 그리고 말로 표현 못할 임신 소양증의 고통으로 1개월을 보내고 다행히 나머지 기간은 안정적으로 보냈다. 다만 살이 20kg 넘게 쪘다는 것만 빼면. 

 

그리고 3년 후 나는 둘째를 임신했다. 둘째 임신한 사실을 알았을 때 기쁨보다 먼저 엄습해 온 건 다름 아닌, 임신 소양증이 다시 올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입덧은 첫째 때와 동일한 강도로 동일한 기간 동안 왔었고, 천만다행히 도 임신 소양증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아마 첫째 때 찾아온 임신 소양증이 마치 예방주사와 같아서, 둘째 임신 때는 내 몸이 한 번 적응이 되어서, 다시 발생하지 않은 듯하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그래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임신이 어렵거나 불가능해서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부부를 보면, 내가 겪은 임신 중의 어려움들도 축복이구나 생각이 든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나고 나니 그렇다. 아플 때는, 건강하기 아기를 낳는 엄마들도 많은데 왜 나는 남들 안하는 것까지 이렇게 다 겪나라는 생각에 우울증이 찾아오기도 했다. 아마 지금도 수많은 임산부들이 그런 육체적, 정신적 아픔을 겪고 있을 것이다. 참으라는 말보다는, 이겨내라는 말보다는 그냥 조용히 손을 잡아 주고 싶다. 나도 아팠다고. 하지만 지금은 괜찮다고 말이다. 

 

모든 임산부님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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