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 / 2024. 1. 27. 11:33

아이 한 명 보다 두 명이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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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 같은 부서 상사였던 부장님에게는 딸이 두 명이었는데, 이 부장님이 자주 하던 말씀이 있었다. 자기가 태어나서 가장 잘 한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운전을 배운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둘째를 낳은 것이라고. 운전을 좋아하던 분이셨으니 첫 번째는 이해했지만, 자식을 두 명 낳아놓고 왜 둘째를 낳은 것이 유독 잘한 일인지, 그럼 첫째 보다 둘째가 더 좋다는 말인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열 살 딸 아이 하나와 일곱 살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다. 둘째를 낳고 둘째가 세 살 무렵 되던 해부터 나는 그때서야 그 부장님이 했던 "둘째를 낳은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는 말 뜻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첫째도 이쁘고 둘째도 이쁘지만 둘째를 낳은 것은 첫째를 가지고 낳는 것보다 조금은 더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 결심으로 낳은 아이가 점점 커 가면서 왜 어른들이 "애는 둘은 돼야지"라고 말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임신 기간 중 몸의 변화 차이 

둘째 가지기를 망설이는 많은 분들 중 상당수가 의외로 임신과 출산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친구 중 한 명 역시 첫째 임심 10개월 중 8개월을 입덧으로 고생했고,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거의 좀비 상태로 임신 기간을 버텼다고, 가수 이수영 역시 방송에서 첫 아이 임신 중 입덧이 너무 심해 입원을 했었다고 했다. 결국 내 친구도, 가수 이수영도 둘째를 가지지 않았다. 입덧의 고통은 겪지 않은 분들은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다. 입덧 때문에 임신을 안 해? 라며 의아해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테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둘째, 셋째 가지는 분도 물론 계시겠지만 모두가 똑같은 고통일 수 없기에 절대 비난할 수 없다. 

나 역시 첫째 임신 3개월 부터 입덧을 약 3개월 정도 했었다. 직장을 다니는 상태였고 차로 1시간 이상 출퇴근을 해야 했기에, 밤에 잠자는 시간 빼고는 종일 엄청난 고통에 시달렸다. 그뿐만이 아니다. 임신 초기인 6주 정도부터 입덧이 시작되는 시기까지 약 3주간 극심한 임신소양증을 겪었다. 팔과 다리에 모기가 천 마리씩 붙어있는 듯 가려움의 고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제대로 된 약을 쓸 수 없어 오직 알로에젤을 수시로 덕지덕지 바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새벽에 가려움 때문에 일어나 남편과 손바닥으로 사지를 때려가며 펑펑 울기를 수십 번 했다. 

 

첫 아이 임신 6주부터 찾아온 임신 소양증은 끝을 모를 가려움으로 고통을 준다. 팔과 다리에 두드러기가 난 모습
임신 6주부터 생기기 시작한 임신 소양증

둘째 임신이 망설여진 것 역시 이러한 몸의 변화 때문이었다. 하지만 2년 후 나는 자연스럽게 둘째를 임신했다. 그때는 직장을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을 때였다. 다행이도 첫째 때 왔던 임신소양증은 오지 않았다. 하지만 입덧은 첫째 때와 마찬가지로 임신 3개월째부터 시작되었고 약 3개월 간 또다시 나를 괴롭혔다. 카페에서 일을 하면서 나는 하루종일 사탕과 초콜릿을 입에 물고 있었다. 입덧 중에서도 일명 '먹덧'에 해당해서, 또 먹는 것은 엄청 당겼다. 그래서 먹고 토하고를 반복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첫째때와 다르게 여러 다른 질병들이 찾아왔는데, 급성부비동염과 오른쪽 눈의 망막박리였다. 이렇게까지 쓰면 너무 겁을 주는 것 같아서 걱정이긴 하지만, 이건 임신 때문에 왔다기보다는 이래 저래 내 몸이 약하거나 혹은 재수가 없어서(?) 왔다고 보면 될 것이다. 

 

임신 중 망막박리 수술에 대한 후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참조하면 좋겠다. 

 

임신중 망막박리 수술 후기 (당신도 고도근시인가요?)

망막박리를 겪는 사람도 거의 없는데, 그것도 임신 중에 망막박리가 찾아와 수술까지 한 나는 참으로도 팔자가 사납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아이도 건강하게 출산했고 수술도 잘

siwoli.tistory.com

 

아무튼 결론은, 첫째 때 왔던 임신 증상이 둘째 때 올 수도 있고 안 올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은 임신 횟수에 상관없이 임신을 할 때마다 비슷한 증상을 겪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출산 통증의 차이 

또 한가지 엄마를 두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출산' 자체이다. 빠르면 몇 시간, 늦어도 이틀이면 끝나는 출산의 고통이 얼마나 아프길래 자식을 낳는 것까지 영향을 미칠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겪어 보지 않은 분들은 쉽게 말을 하면 안 된다. 사람마다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힘들었다고 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2~3일 이상 산통을 겪고 겪다가 결국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다. 자연 분만을 위해 유도 분만을 시도했지만 그 역시도 효과가 없고 아프기만 하다가 결국 칼을 댈때의 억울함과 속상함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제왕 절개 자체가 분만 이후에도 통증과 흉터로 고생을 하기 때문에 두 번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나는 두 아이 모두 유도분만을 했고 산통도 비슷하게 4시간 정도 하고 출산했다. 통증을 비교하면 첫째 때 보다 둘째 때 더 아팠다. 둘째 분만 시에 간호사가 정말로 내 배로 올라와서 두 손으로 힘껏 배를 눌렀고, 나는 내 갈비뼈가 부러지는 듯 한 통증을 느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둘째가 더 수월했다고 한다. 아무래도 자궁과 아기가 나오는 산도가 한 번 경험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유연해져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는 사람마다 첫째와 둘째의 산통에는 차이가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지레 겁먹거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건강하게만 나온다면 산고는 씻은듯이 잊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육아 비용의 차이 

아이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둘째는 고사하고 아이를 아예 낳을지 말지에 대한 문제와 직결된다. 예전에는 가난했어도 아이를 다섯, 여섯, 심지어 열 명씩도 낳았는데도, 그때보다 훨씬 풍족해진 지금 아이 한 명에 들어가는 비용이 무서워 임신과 출산을 망설인다는 게 언뜻 이해가 안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싱글이신 분들은 아마 절절히 느끼실 것이다. 본인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립하여 생활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들었으며, 그럼에 불구하고 혼자의 몸 하나 건사하기가 녹록지 않다는 것을. 

 

그렇다면 아이를 한 명 낳은 후, 둘째를 낳으려고 마음 먹기 위해 육아 비용에 대한 예측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역시 아직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정확한 금액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더군다나 아이들이 클수록 육아의 상당 부분이 교육비에 들어가는데, 이는 부모의 교육관과 아이의 공부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벌이가 괜찮아도 아이의 교육에 대해 방임주의 혹은 아이의 능력과 의견에 맡기자라는 교육관이라면 교육비 부담이 덜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 살림살이가 퍽퍽한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교육에 너무나 열정적이라, 아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부모들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돈을 쏟아붓는 분들도 계신다. 

 

하지만 일단 본격적인 교육비가 들어가는 초등학교 입학전까지는 기본적인 의식주 비용은 1.5배가 채 되지 않는다. 먹는 양이 2배라 해도 집에서 버려지는 음식양이 줄어드는 것이지, 사야 할 음식들이 정확히 비례하진 않는다. 옷들도 둘째는 새로 잘 사지 않는다. 모든 물건들이 마찬가지다. 첫째가 쓰던 것 혹은 주변에서 얻은 물품들로 사용하게 된다. 첫째 때 새것을 써봐서 그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문제는 터울이 너무 길어, 첫째가 쓰던 육아 용품들이 거의 없는 경우다. 이때도 속옷이나 꼭 필요한 것들만 아니면 중고 마켓에서 깨끗한 것을 구입하거나, 지인들을 통해 얻어 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교육비에 대한 부담을 임신 여부와 직결해서 고민하는 것부터가 조금 이른감은 있다. 물론 무시할 순 없지만, 10년 후의 교육비를 미리 추산하여 아이를 갖고, 안 갖고의 기준으로 본다는 것은 아이의 존재가 돈으로 판단되는 것 같아 조금은 슬픈 생각이 든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 저출산 국가로, 엄청난 출산 장려 정책을 쏟아내고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지원과 정책이 나올 것이다. 따라서 비용에 대한 부분은 조금 여유 있게 생각하면 좋겠다. 

육아 어려움의 차이 

둘째가 사랑스러운 것은 남녀의 차이가 아니다. 둘 다 같은 성별이라도 이상하게 둘째가 더 애교가 많고 사랑스럽다. 하는 짓도 미운게 없다. 우는 모습도, 똥도 사랑스럽다는 건 둘째 혹은 막내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그렇다고 첫째가 덜 사랑스러워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리사랑이라고 한 것은, 바로 둘째가 가진 탁월한 생존비결에 있다. 위에 형제자매가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자신은 언제나 2순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자라면서 느낀다. 그리고 좀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애교를 부리고, 눈치를 살피고, 형제의 행동을 살펴 부모가 싫어하면 그 반대로 행동한다. 

그러니 부모에게 둘째는 첫째에 비해 수월한 편이다. (단, 모든 경우가 그런건 절대 아니다. 보편적인 이야기다.) 첫째를 경험 삼아 둘째를 돌볼 때 부모의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좀 더 여유가 생기고, 덜 불안해한다. 그렇기 때문에 둘째는 첫째보다 손이 조금 덜 가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둘째가 첫째가 함께 놀 정도로 자라면, 할렐루야! 부모에게 자유가 주어진다. 두 아이가 친구가 되어 노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부모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시간을 자신의 개인 시간으로 돌릴 기회가 많아진다. 또한 두 아이는 서로로부터 사회성과 인간관계를 배운다. 싸우는 일이 다반사지만 꽤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부모에게는 그보다 더 큰 행복이 없다. 형제자매가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 

아이의 수보다 중요한 것

내가 쓰는 이 글이 누군가에게 불편할 수도 있다. 잘 알고 있다. 당장 나의 친한 친구 한 명도 아이를 갖지 않기로 약속하고 결혼을 했고, 지금 결혼 7년 째 잘 살고 있다. 그 친구를 만나면 아이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자연히 나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되고, 어떤 면에서는 더 편안한 대화가 가능하다. 그 친구는 나이가 40을 넘기면서, 아이가 없으니 본인 스스로의 건강에 더 집중하게 되고, 아이가 만일 있었다면 지금처럼 챙기지 못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곤 한다. 

내 생각도 그렇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무리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해도 부모의 희생이 없을 수가 없다. 희생이라는 단어가 싫다면 '엄청난 노력과 인내와 고통'이라고 해 두자. 하지만 이 글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분들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설득하거나 강요하는 의도로 쓴 것은 아니다. 다만 둘째를 고민하는 분들께 조금의 도움이라도 드리고자 나의 경험을 쓴 글이다. 

 

아이들로 인해 달라질 나라는 사람의 인생을 진지하게 그려보자. 때로는 혼자만의 생각이 너무 극에 치닫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면 배우자와도 자녀 계획에 대한 의견이 너무 달라, 오랜 시간 풀리지 않는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는 일단 낳고 생각해 볼 일이라는 어른들의 말이 어쩌면 맞을 수도 있다. 고구마 같은 소리, 책임감 없는 위험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만약 확고하게 계획이 서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해당될 말이다. 

 

두 아이와 제주도 바닷가에 백사장에서 놀고 있는 모습
아이들은 가족의 일원이다.

아이를 키워내야 할 존재라고만 생각하기 보다, 함께 살아가는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덜 무겁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키워내야 한다.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만 함께 보살핀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야지, 위대한 사람을 만들겠다, 훌륭한 사람을 키우겠다라는 프로젝트성 육아는 부모도 아이들도 너무 힘들게 만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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