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 / 2024. 2. 29. 21:21

맞벌이 부부의 부모님 도움 없이 초등자녀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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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있는 부부의 맞벌이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조부모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물론 도와줄 부모님이 가까이 계시지 않더라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졸업하기 전까지는 방학 때만 어찌어찌 보내면 종일반과 학원 한 두 개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 맞벌이 부부들이 부모님 도움 없이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어떻게 돌보고 있는지 알아보자. 

돌봄 교실과 방과후 활동

맞벌이 부부에게 돌봄 교실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아니 생존이 걸린 문제다. 학기 초에 신청하는 돌봄은 신청 정원이 초과할 경우 추첨제로 뽑아야 할 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학기 중에 부모가 잠시 육아 휴직으로 한 두 달 쉰다고 해도 돌봄을 뺄 수가 없다. 다시 들어갈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돌봄 교실 중간 중간 신청한 방과 후 수업을 들으러 다른 교실에 다녀오기도 하고, 돌봄 교실은 정상적으로는 오후 6시까지 운영되지만, 아이들마다 귀가시간은 다르다. 

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 일과표

이마저도 2학년까지면 끝난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돌봄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퇴근해서 집에 올 때까지 스스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3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은 학기 중에는 방과후와 학원 2개 정도로 아이를 4시 정도까지는 외부 교육기관에 맡기고 그 이후부터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생활하도록 둔다. 문제는 방학 기간 동안이다. 학원과 숙제 등으로 하루를 어찌 보낸다 하더라도 점심이 문제였다. 30분 거리에 직장이 있었던 친구는 점심시간에 회사 구내식당에 있는 밥과 반찬을 도시락통에 담은 후 집으로 와서 딸과 함께 점심을 후다닥 먹고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것도 힘든 엄마들은 집 근처 분식집에 일주일치, 혹은 한달치 식대를 미리 내고 아이가 원하는 메뉴를 매일 가서 먹도록 하기도 한다. 만일 정말 친한 이웃이 있다면 아이 점심을 부탁하기도 한다. 

장시간 학교에 머무는 아이에 대한 걱정 

아무리 학교에서 오후 6시까지 아이를 맡아준다 해도 부모들의 걱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전하게 아이를 돌봐주는 것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아침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학교에 머문다는 것은 언뜻 들어도 굉장히 힘든 일이다. 영유아 때 어린이집에 종일 8시간 이상 먹고, 자고 놀면서 머무는 것과, 여덟, 아홉 살에 학교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이들끼리도 서로 비교를 하게 되고, 학교 수업의 연장선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매우 피곤한 일이다. 

그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학교에 종일 둘 수밖에 없는 맞벌이 부부들의 현실은 참으로 서글프다. 돌봄 교실에 가기 싫다고 매일 투덜거리거나 우는 아이들의 입장이 백번 이해되고도 남는다. 

돌봄 교실에 가지 않는 저학년이나 3학년 이후 학생들이 편의점에서 간식을 해결하는 모습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어린 아이들이 매일 먹다시피 하는 삼각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탄산음료가 아이들 건강에 좋을 리 없기에 더 마음이 편치 않다. 

늘봄학교는 혁신적 대안이 될까.

기존의 돌봄 교실과 늘봄학교는 어떻게 다를까? 쉽게 생각하면 돌봄은 말 그대로 아이를 안전하게 케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고, 늘봄학교는 여기에, 유상으로 신청하던 방과후 활동을 추가로 넣어 무상제공 하는 것을 말한다. 시간도 기존보다 늘어난, 아침 7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기존에는 맞벌이 부부와 저소득층 자녀들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늘봄학교는 원하는 모든 아이가 이용할 수 있다. 2025년에는 초등학교 1, 2학년까지, 2026년부터는 초등학교 전 학년이 대상이 된다. 음악, 댄스, 체육, 수학 등의 교육 지원과 더불어 저녁밥까지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하니 획기적인 교육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제도 도입 초기이기도 하고, 워낙 갑자기 확대 시행되다 보니 곳곳에서 소음과 마찰, 우려가 뒤섞여 나오고 있지만, 제대로 자리만 잡는다면 모든 부모들에게 아이 돌봄과 교육에 대한 부담을 한시름 놓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늘봄학교가 기존 돌봄교실의 '안전하게 시간 때우기' 방식보다 얼마나 더 업그레이드된 교육 시스템으로 자리 잡느냐이다. 여러 예체능 교육도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원하는 학생이 대상이 되는 만큼 운영 비용은 천정부지로 올라갈 것이고, 그에 따른 쾌적하고 안전한 공간과 질 높은 수준의 교육이 뒷받침될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집에 가는 아이과 남아 있는 아이의, 아이들 간의 차별은 존재할 수밖에 없고 부모들은 가급적 아이를 일찍 하교시키기 위해 학원을 보내거나 퇴근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3년 4분기 우리날 합계 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지자 영국 BBC 방송에서는 이를 기사화하기도 했다. 영국뿐만 아니라 많은 외신 언론들이 이 문제를 거론하며, 저출산의 가장 큰 이유로 '높은 집값과 교육비', 그리고 '오랜 노동시간과 심한 경쟁'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결혼과 출산에 드는 돈과 노력이 나 자신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회에 대한 불신이 낳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자녀가 이미 있는 우리와 같은 맞벌이 부부에게 정부의 늘봄학교와 같은 정책은 일단 반길만은 하다. 싫든 좋든 아이가 있을 곳이 있다는 것은 부모가 일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맞춰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제도로 인해 아이들이 행복한지는 따져 물어볼 여유도 없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하고, 그 돈으로 아이를 교육시키고, 다시 교육비를 벌기 위해 아이를 학교와 학원으로 돌려야 한다. 그게 현실이기에 그 현실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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