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 / / 2024. 5. 4. 09:45

초등학생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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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분들도 많지만, 괜한 옛날 고정관념이 있어 일부러 잘 보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랬다. 그런데 초등학교 여자아이 감성이 일본 애니메이션과 너무 잘 맞아떨어지니, 딸아이 방학이나 이번 어린이날을 낀 긴 연휴에 함께 볼 만한 영화 1순위가 되었다. 얼마 전에는 그래서 KT 올레 TV에서 이웃집 토토로를 찾아보게 되었다. 대여료 2,750원을 내고 초등학생 두 아이, 11살 딸, 8살 아들과 셋이 함께 보았는데 전형적인 남자 성향인 아들도 집중해서 재미있게 감상할 정도로 방구석 영화 관람용으로 꽤 성공적이었다.

올레 KT에서 2,750원 주고 관람한 이웃집 토토로

토토로의 정체 

이미 너무 많은 이웃집 토토로에 대한 감상평과 해석이 있지만, 그런 해석들을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의 나의 감상평을 적어보고자 여기에 글을 쓰게 되었다. 

일단 토토로의 정체에 대해서는 명확하진 않지만 내 나름 분석하고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극 중 주인공인 두 소녀인 사츠키와 메이 자매가 이사를 했던 오래된 낡은 집에 살고 있던 먼지덩어리 같은 것들과 토토로 3마리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토토로는 아마도 숲을 지키는 숲지기, 혹은 도토리 나무를 지키는 나무지기 같은 옛 미신의 일종이라 보인다. 어째서 그런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소녀를 도와주고 지켜주는 것을 보면, 꼭 숲지기인 것만은 아닌 듯하다. 순수한 두 소녀의 눈에만 보이는 토토로는 아마도 두 소녀의 마음속에 깊이 자리 잡은 자연에 대한 경외와 깊은 존경과 사랑이 만들어 낸 상상 속 존재가 아닐까 한다. 사츠키와 메이의 마음속에 자리한 희망과 간절한 바람이 토토로라는 자연의 신, 그것도 아이에게 친근한 귀여운 동물의 모습으로 그려진 것. 

자연과 사람  

역대 애니메이션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이웃집 토토로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자연을 아름답게 그려내기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들을 다 보진 못했지만 TV에서 간간히 보여 준 장면들이나 유튜브에서 본 OST 뮤직비디오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자연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유일하게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아주 아주 좋아하는 '늑대아이'에서도 그렇지만,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은 빠질 수 없는 큰 특징 중 하나이다. (물론 매우 자극적이고 초상상 주의적인 애니들도 많지만) 

 

특히 이웃집 토토로는 자연에 대한 묘사가 영화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늑대아이가 늑대인간을 모티브로, 인간과 동물의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인간(세계) 혹은 자연(세계) 둘 중 한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양자택일의 슬픈 운명을 그린 것에 좀 더 포커스를 두었다면, 이웃집 토토로는 자연 속 인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다시 말하면, 늑대아이는 인간과 동물이 결국은 하나의 운명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같이' 할 수 없다는, 인간우월 혹은 인간과 자연의 분리를 보여준 반면, 이웃집 토토로는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 자연의 힘을 빌어 모든 것이 평화로워지고 해결된다는 자연우월, 자연 경외를 명확히 보여준다. 

 

물론 어떤 영화든 간에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웃집 토토로나 늑대아이 역시 여러 해석이 가능하지만, 영화 속 인간이 그려내는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웅장한 자연을 배경으로 한 데에는 명확한 이유와 목적이 존재할 것이다. 바로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기 쉬운 아름다운 자연 풍경들을 스크린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면서 오로지 그것만으로도 인간이 살아갈 이유가 되는 것임을 말없이 설명해 준다. 

 

이웃집 토토로에서 토토로는 동물의 모습을 한 신이다. 우리는 보통 신을 사람의 형상으로 그려낸다. 하나님이 대표적이다. 꼭 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더라도, 옛 이야기 속 산신령이나, 하늘에 있는 옥황상제, 바닷속 용궁 임금님 등은 모두 사람, 그것도 남자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런데 토토로는 귀여운 동물이다. 신이라고 하기에 위엄이 전혀 없어 보이는 덩치만 커다란 털북숭이 햄스터와 다람쥐, 토끼 등을 섞어 놓은 듯한 모습이다. 도토리나무만의 신이라서 그 정도로 표현하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것만은 분명하다. 

음악이 가치를 더해주는 영화 

이웃집 토토로는 영화도 매우 유명하지만 OST 자체로도 전세계인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장면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잔잔하고 때로는 경쾌한 음악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는다. 

나 역시 아이들과 영화를 다 본 후에 멜론에서 바로 이웃집 토토로 OST를 찾아서 그날 하루종일 들었고, 요즘도 가끔 OST 전체를 play 하여 아이 들고 함께 듣곤 한다. 딸아이는 그날 이후 스마트폰 배경화면을 이웃집 토토로의 한 장면으로 바꾸었으니, 영화에 대한 감동을 아이도 충분히 느꼈던 것 같다. 

 

초등학생 아이화 함께 보면 좋은 영화. 아니, 남녀노소 누구라도 잔잔하고 평화로운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웃집 토토로는 가장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임에 틀림없다. 

영화가 나온지 35년이 넘었고, 한국에 처음 개봉한 건 2001년이므로, 약 23년이 흘렀다. 이제야 이웃집 토토로를 제대로 본 나는 확실한 아싸가 맞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작품의 감동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언제 봐도 동일했을 테니까. 아니, 오히려 시골은 물론 숲들이 점점 사라져 가는 요즘, 이웃집 토토로는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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